[대전 법조비리]사표 검사들 '착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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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사건에 연루돼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표제출을 종용받고 있는 현직 검사 10여명은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이다.

주초부터 시작된 사표 소용돌이를 견디지 못하고 동료들을 피해 휴가를 떠나는가 하면 출근 도장만 찍고 자리를 비우는 검사, 주위의 시선을 무시하고 끝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경우도 있다.

수사 결과 발표가 다음달 1일로 예정돼 있어 이들 모두 이번 주말이 검사생활의 마지막 근무가 될 전망이다.

떡값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A차장검사는 27일 밤 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나온 즉시 휴가를 떠났다.

검사장으로부터 "위에서 사표를 요구한다" 는 말을 듣고 "왜 내가 사표를 내야 하느냐" 며 항의했지만 일단 휴가라도 떠나 마음을 정리하라는 충고를 받아들였다.

그는 휴가중 부하직원들을 시켜 자신이 사무실에서 입던 조끼와 읽던 책 등 사물 일부를 집으로 옮겨 신변을 정리했다.

B고검검사도 대검 조사 직후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다음주 월요일까지 휴가를 내 자리를 비웠다.

"이미 소문이 사방에 퍼져 청내에서 매일 선후배 검사들과 부닥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고 한 동료검사는 전했다.

일치감치 사표를 제출한 C고검검사는 오전 9시 정각 검찰청에는 출근하지만 상사가 주재하는 각종 회의에는 일절 참석하지 않고 있다.

반면 검사장이나 지청장 등 기관장들은 대부분 평상시와 다름없이 근무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부하들을 모아놓고 "억울하긴 하지만 모든 현실을 있는대로 받아들이겠다" 고 소회를 밝히고 "李변호사가 명절때 수차례 봉투를 들고 찾아와 '정 그렇다면 도서상품권으로 달라' 고 해 여직원 등에게 돌린 적도 있었다" 고 말하기도 했다.

이 검사장은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근무한 뒤 2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겠다" 고 말했다고 부하검사가 전했다.

한편 검사장 1명을 포함, 검사 3~4명은 끝까지 "징계시효까지 지난 일을 가지고 사표제출을 종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며 사표제출을 완강히 거부했으나 심재륜 (沈在淪) 고검장 파동 이후 대부분 검찰 수뇌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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