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환란 주연급'들 청문회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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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해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브라질에 이은 중국의 금융위기설과 중국 위안 (元) 화 평가절하 가능성. 또 미국 경제의 '거품' 에 대한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과 조지 소로스의 잇따른 경고 등…. 하나하나가 세계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불길한 조짐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세계 속의 미국 위상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가 가라앉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여기다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맞물릴 경우 우리의 수출, 특히 가까스로 활로를 찾아가는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라 향후 변화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요동치는 국내외 금융시장과 주가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여건이 무척 불안정한 상태며,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섣부른 '경기 조기회복론' 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청문회가 시작되면서 많은 기업인들과 경제부처.정치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권 단독으로 강행되는 '반쪽' 인데다 업무보고 수준이라 그런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아직은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보.기아.개인휴대통신 (PCS).종금사 관계자 등 소위 '환란 (換亂) 의 주역' 으로 일컬어지는 증인 및 참고인들이 대거 등장할 이번 주부터는 청문회의 열기가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권에서는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을 비롯한 지난 정권 핵심인사들의 '엄청난 비리' 에 대한 물증을 확보했다며 벼르고 있어 과연 어떤 '폭로' 들이 터져 나올지 주목된다.

이런 폭로들은 진위 여부를 떠나 경제.정치적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꼭 청문회를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이왕 시작한 만큼 정치 공세에 그치지 말고 국민과 나라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경제 위기의 원인과 교훈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성.대우 두 그룹 총수들이 지난주말 긴급 회동에 이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는 모습은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재삼 확인시켜 준다. 이는 또 앞으로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당장 관심사는 현대.LG가 이번 주말까지 끝내기로 한 반도체 통합. 시한이 임박했는데도 양측은 아직 '고용 보장' 문제에서부터 좀처럼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설사 이 부분이 마무리된다 해도 LG반도체 가격 협상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못한 상태라 과연 '1월말'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분위기를 볼 때 시간을 마냥 끌 수만은 없을 것이라 결과가 주목된다.

김왕기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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