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따라 명암갈린 日자동차 2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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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덩치 키우기 보다는 이익 위주 경영을 남들보다 앞서 실천해 불황을 극복한 마쓰다. 내수확장에 매달리다 큰 손해를 보고 이제는 인수.합병 (M&A) 대상기업으로 오르내리는 닛산 (日産) .일본 자동차 업체의 엇갈린 명암 (明暗) 은 구조조정의 격변기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눈 여겨봐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 마쓰다의 부활 = "이젠 단 1엔도 차입할 생각을 말라" .94년2월 포드에서 마쓰다의 '야전 사령관' 으로 파견된 헨리 워레스 전사장이 내뱉은 첫마디다.

마쓰다는 94년초 3백54억엔 (당시 약 2천7백억원) 의 적자를 기록하며 존폐의 위기에 몰렸다. 89년 이후 대대적인 확장전략을 편 데다 92년 무려 6백억엔을 투입해 무리하게 공장을 증설한 것이 화근이 됐다.

결국 마쓰다는 포드의 산하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5년. 지난해 마쓰다는 자동차 업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97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액은 97년에 비해 4.7% 감소한 7천1백15억엔 (연결결산기준). 비록 매출이 부진하더라도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다부진 경영체질로 변신한 것이다.

'마쓰다 부활' 의 원동력은 대대적인 고용조정이나 계열사 처분보다는 포드의 합리적 경영과 일본의 선진기술이 적절히 융합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포드에서 파견된 경영진은 먼저 설비투자를 대폭 줄였다. 92년 1천4백88억엔에서 96년에는 10분의 1 수준인 1백55억엔으로 줄었다. 또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자동차 산업과 관련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히로시마에 있던 회장 영빈관도 팔아버렸다.

그 결과 92년 6천억엔에 달하던 부채는 현재 절반인 3천억엔으로 줄었다. 그러나 마쓰다는 경영권이 포드에 넘어간 뒤에도 종업원 수와 협력업체는 줄이지 않았다. 때문에 노조도 경영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 추락하는 닛산 = 지난 20일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수뇌부들이 대거 일본을 방문했다. 닛산 과의 M&A협상을 위해서다.

애초 M&A가능성을 부인하던 닛산도 최근 들어선 "어려움에 처한 그룹이 살 길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고 인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룹의 최대 위기다. 닛산은 99년3월 결산에서 당기 손익이 1백40억엔 적자로 전락할 전망이다. 부채도 무려 3조4천억엔에 달하고 있다.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부채비율이 마쓰다가 20%내외인데 비해 닛산은 무려 72.2%다.

이런 재무상태 악화 때문에 닛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개발은행으로부터 긴급 운전자금을 빌려 쓰기까지 했다.

한때 일본 내 1위인 도요타에 도전장을 내밀며 무섭게 추격했던 닛산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경쟁사들보다 시장점유율에서 앞서 나가려는 무모한 경영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다.

특히 국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무리한 판매방식이 화를 자초했다. 자동차 1대당 이익이 세계 '빅3' (GM.포드.다임러 벤츠) 및 일본의 도요타.마쓰다가 10만엔을 넘는데 비해 닛산은 높은 판매비용 때문에 5만엔에 불과하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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