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향후 전략]JP 장기전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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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각제 문제와 합당론으로 한차례 파장을 겪은 자민련의 앞으로 행보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15대 국회 임기내 내각제 개헌' 이란 골격을 유지하고 국민회의와의 합당을 배제한 채 지구전 채비를 갖춰 나간다는 것. 김종필총리는 최근 당 관계자들에게 "길게 봐. 잘될거여" 라는 언질을 했다고 한다.

당 일각에서 金대통령과의 내각제유보 '밀약 (密約)' 설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자 JP는 "우리가 지금까지 힘든 고비를 한 두번 넘어왔느냐" 는 말로 상호 신뢰를 당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20일 당무회의 석상에서 "金총리가 당으로 돌아오고 박태준 총재가 총리로 가 본격적인 내각제추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李東馥 의원) 는 발언이 나오는 등 'JP의 침묵' 에 따른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이에 따라 JP의 침묵이 김대중 대통령과 모종의 약속이 이뤄져서라기보다 '결단의 장고 (長考)' 에 들어간 단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용환 수석부총재도 "金총리가 말을 많이 할 때는 듣지 않아도 되지만 말을 안할 때는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고 이를 정리했다.

자민련이 당분간 DJ.JP의 대화 결과를 지켜보자며 잠잠해진 이유인 셈이다.

이와 별개로 당 차원에서는 올 2월초 내각제 헌법요강을 확정, 준비를 마무리한 뒤 정권출범 1주년인 2월 25일 전후로 내각제 공론화를 시도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특히 내각제 개헌의 관건이 현 대통령의 권한보장 여부라는 인식아래 수뇌부 내에서도 2원집정부제 수용엔 융통성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합당론은 별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돼 있는 상황. 걸림돌이 적잖은 합당논의에 돌입했다 결렬될 경우 '내각제 관철' 전략 자체도 흐트러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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