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채권추심업'형 먼저 동생 먼저'선두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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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채권추심업' 에서 형제가 1, 2위를 다투며 시장을 석권해 화제다. 채권추심업이란 밀린 물건값이나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쩔쩔매는 기업.금융기관 등을 대신해 돈을 받아주는 '빚독촉업'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뜬' 신업태다.

화제의 주인공은 고려신용정보와 서울신용정보를 운영하는 윤의국 (尹義國.50).의권 (義權.42) 씨 형제. 이들이 채권추심업에 뛰어든 것은 재정경제부가 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회사에서만 가능했던 채권추심을 지난해초 민간에도 허용하면서부터다.

당초 신용조사업을 해오던 이들은 바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현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업인가 (지난해 5월) 는 아우가 빨랐다. 하지만 부산.대구 등 주요 대도시 지사를 설립해 전국으로 사업망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 11월) 은 형이 먼저.

두 회사는 주요 일간지와 TV에까지 광고를 내는 등 한치 양보 없이 뜨거운 홍보전을 벌이고 있고, 올 들어선 신용평가업에 진출하기 위해 공인회계사를 공채하는 등 불꽃 튀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말 그대로 '난형난제 (難兄難弟)' 의 접전을 펴고 있는 것. 양측은 서로 1위를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은 매출액 개념마저 자리잡지 못한 신종업태라서 선뜻 판정이 어려운 상태.

채권추심 분야에선 선발인 서울신용정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고, 신용조사 영역까지 포함하면 두 회사가 지난해 각각 1백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으로 평가된다.

주된 수입원은 건당 25만~30만원씩 받는 신용조사 수수료. 또 빚을 받아주면 채권액의 20~30%를 성공보수로 받는다. 한달 수백건씩 일감이 몰리면서 지난해초 수십명에 불과하던 직원이 4백명 안팎으로 급증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60%에 이른다는 게 업계 추산. 뒤늦게 채권추심에 뛰어든 미래신용정보.국민신용정보.상은신용관리 등도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은 양사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태.

이처럼 남의 빚을 대신 받아주는 '험한' 업종에서 형제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오랫동안 신용조사업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의 경험과 전문인력을 축적했기 때문. 지난 88년부터 인력파견업에 손을 댄 윤의국 사장은 91년 동생과 함께 고려신용정보를 설립, 노하우를 쌓아왔다.

동생은 92년 서울신용정보를 차려 분가했다. 이 업종엔 다른 형제들도 함께 뛰고 있다. 고려에는 맏형 의웅 (58.고문).누이 의임 (55) 씨가, 서울엔 누이 의정 (46) 씨가 일하고 있다. 채권추심업이 '패밀리 비즈니스' 가 된 셈이다.

주변에선 형제 업체간 '빅딜' 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개성이 판이한 이들은 "당분간 그럴 생각이 없다" 는 입장이다. 형제 모두 보스 기질이 강하고, 그동안 형성된 채권추심요원 인맥도 한데 묶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제 모두 '남의 뒷조사나 한다' 는 식의, 과거 흥신소나 심부름업체의 연장선상에서 채권추심업계를 보는 일부 잘못된 시각을 빨리 교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윤의권 사장은 "채무자들과 마찰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 직원들에게 채권추심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반드시 지키고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 고 말했다.

윤의국 사장도 "채권추심업이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하루 빨리 확산됐으면 좋겠다" 고 기대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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