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음악 배우면 말도 트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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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부모 때문에 억지로나마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우러 다녔던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부모에게 감사해야 할 듯하다.

홍콩 중문 (中文) 대학의 아그네스 첸 박사팀은 어렸을 때 받은 음악교육이 성인이 된 후의 언어 기억 능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첸 박사팀은 나이.교육 정도가 같은 여대생들을 12살이 되기 전 적어도 6년 이상 음악교육을 받은 이와 전혀 받지 않은 이로 나눠 언어능력을 비교했다.

첸 박사는 "단어를 읽어주고 이를 학습하도록 했을 때 음악교육을 받았던 그룹이 그렇지 않았던 그룹에 비해 더 많은 단어를 학습한다는 것이 실험결과 밝혀졌다" 고 말했다.

반면 그림을 기억해서 다시 그리는 시각 기억 실험에서는 두 집단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도 인간의 뇌 크기를 조사한 결과 음악가들의 좌측 측두엽 (언어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 이 일반인들보다 크다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미 위스콘신 대의 프란시스 포셔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음악훈련이 뇌의 신경통로들을 서로 연결해 뇌가 추가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그동안의 통념과 일맥상통한다" 고 평가했다. 하지만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더 나은 언어기억을 갖게 되는 과학적인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첸 박사는 "음악교육은 어린이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뿐 아니라 언어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앞으로 언제 음악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언어능력 발달에 가장 좋은지, 얼마나 오랫동안 음악교육을 받아야 효과가 나타나는지 등을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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