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지는 합당론]JP 말 거두고 때를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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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에 선진화된 정치제도 기대" "대통령과 저는… 국민에 대한 약속에 어긋나지 않을 것. " 내각제에 대해 김종필 총리가 20일 심중의 일단을 내비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 주최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다.

14장의 연설원고 중 단 두마디에 불과하지만 의미는 예사롭지 않다.

우선 이 문구는 당초 실무진이 작성한 원고에 없었던 부분이다.

전날 (19일) 청와대 독대를 마치고 난 뒤 삽입됐다.

특히 '약속' 이란 단어까지 사용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런 사연들을 전하면서 "내각제 연내 개헌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게 총리 생각" 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金총리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날도 金총리는 청와대 독대 결과에 대해 철저히 말을 아꼈다.

기자들의 질문에 "내각제 얘기는 없었다" 고만 했다.

金총리의 침묵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와 자민련간 내각제 공방에 제동이 걸린 것도 金총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金총리는 " (내각제에 대해) 때가 되면 밝히겠다" 고만 했다.

이 시점에서 내각제 연기론을 받아들이든 연내 개헌 약속 이행을 외치든 어느 쪽도 金총리에겐 부담이다.

특히 연내 개헌의 공론화는 공동정권 내 갈등이자 청와대와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따라서 JP가 침묵하는 건 최대의 정치적 선택을 앞둔 장고 (長考) 의 성격도 짙다는 관측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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