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개월새 비리혐의로 국장 3명 구속.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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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시는 역시 복마전 (伏魔殿) 인가' . 19일 서울시 김순직 (金淳直.44) 행정관리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 체포되자 서울시에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 해 7월 취임 이후 비리근절을 다짐해온 고건 (高建) 시장을 비롯, 시 공무원들은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서울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는 2백억원대 재산으로 충격을 준 6급주사 이재오사건 이후 지난 연말 위생.주택.세무 등 5대 민생분야의 하위직에 대대적 인사를 통해 더이상 비리는 없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김광시 (金光市) 전 정책기획관.조성두 (趙誠斗) 전 지역경제국장 등이 지난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터져나오자 '비리는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전 직급에 망라돼있다' 는 지적을 부인키 어렵게 됐다.

행정고시 18회 출신인 金씨는 高시장 취임 직후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전 공무원의 인사관리 등 내무행정을 책임지는 행정관리국장으로 전격 발탁돼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에 적발된 혐의는 高시장 취임 이전인 97년 일선구청 재직 당시의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시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 손꼽혀온 金씨가 뇌물수수로 체포된 사건은 부정부패 척결과 시정쇄신을 기치로 내세운 高시장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金씨는 민생관련 직원들의 부패추방 운동을 강력 추진해온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그가 5대 민생분야의 5급 이하 인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에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은 물론 인사대상이 됐던 시 직원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주무역할을 한 핵심간부가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며 "깨끗한 서울시 건설을 내세운 시의 자정노력이 한번에 공염불이 되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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