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한은-재경부 환란책임 떠넘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외환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와중에도 '밥그릇 싸움' 으로 정책 대응시기를 놓쳤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이번엔 환란의 책임을 둘러싸고 '면피 논쟁' 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19일 '환란조사특위' 에 제출한 보고자료는 모든 책임이 재경부에 있다는 식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 외환위기 최초 경고 = 한은은 97년 3월 26일 '최근의 경제상황과 정책대응방향' 이란 보고서에서 한보사태 이후 외환사정이 극히 악화된 만큼 각종 대책을 써보고 그래도 안되면 IMF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또 이 자료를 당시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와 강만수 (姜萬洙) 차관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측은 "당시 정식 보고라인에 있던 재경원 실무진은 듣도 보도 못한 내용" 이라며 "한은이 IMF행을 처음 언급한 것은 10월 28일이었다" 고 반박하고 있다.

또 설령 그런 보고서를 냈다 하더라도 1년에 수천건씩 내는 보고서 한구석에 어물쩍 써놓고 '최초 경고' 운운하는 것은 기가찬 일이란 반응이다.

◇ 기아사태 조기해결 = 한은은 또 기아사태 발생 이후 97년 8월 12일 '기아사태 이후의 해외차입여건 변화와 대책' 보고서를 작성, 정부가 기아 채권은행에 대한 대책을 조기 발표해야 한다는 점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경부는 "그런 보고서 역시 본 적이 없다" 면서 "오히려 기아사태 초기에 재경부 내부에서 기아를 부도처리하자는 의견이 팽배해 있을 때 한은 산하에 있던 은감원측은 '1만8천개 협력업체를 고려해 기아를 부도내선 안된다' 는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고 주장하고 있다.

◇ 환율방어 책임 = 한은은 97년 10월 이후 한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경원이 공문까지 보내 시장개입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이는 한은측이 "외환보유액과 외국환평형기금을 반반씩 풀어야 하는 데 외국환평형기금은 정부소관이니 공문을 보내달라" 고 요청해 보내준 것이며 더욱이 당시 시장개입은 한은과 협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정경민.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