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4자회담 표정]北자세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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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단 시작은 좋다' .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4자회담 4차 본회담에 참석 중인 남북한과 미국.중국 등 4개국 회담 관계자들은 눈 덮인 제네바의 상큼한 겨울날씨만큼이나 회담이 일단은 기분 좋게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실질논의의 장 (場) 인 분과위원회가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이전 회담과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 …처음으로 의장국으로 회담 진행을 주관하고 있는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회담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

지난 18일 열린 차석대표급 준비회담에서 남북한 대표들은 미.중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하며 잘해볼 것을 다짐.

북한의 이근 (李根)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본회담을 앞두고 다른 나라들과는 양자접촉을 가졌지만 남한과는 아직 못가졌다" 며 먼저 말을 꺼낸 데 대해 한국 차석대표인 권종락 (權鍾洛)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이 "그럼 우리 악수나 나눕시다" 라고 화답, 양국 차석대표간 '공개악수' 가 이뤄진 것.

○ …북한은 19일 수석대표가 참석한 전체회담은 물론이고 20, 21일 진행될 분과위 일정에 대해서도 미리 치밀하게 일정을 잡아 제시하는 등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 특히 분과위 일정과 관련해 오전 긴장완화분과위, 오후 평화체제분과위를 기본틀로 일정을 마련, 정확하게 한국측이 바라던 대로 됐다는 후문.

이와 관련, 한국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텔레파시가 통하고 있는 것 같다" 며 기대감을 표명.

○ …20일 처음 열리는 긴장완화분과위의 경우 북한을 제외한 3개국에서 현역군인이 대표로 참석해 눈길.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주로 논의할 이 분과위에 한국의 경우 유진규 (柳珍奎.육군 준장) 국방부 군비통제관이 대표로 참석한 것을 비롯, 미국의 램킨 해군 대령, 중국의 쑨옌펑 (孫延風) 육군 대령이 각각 대표로 참석.

북한은 외교관인 李차석대표가 대표로 참석, 이 사안에 대한 북한의 소극적 자세를 시사했다.

제네바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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