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일꾼]구로초등교 학교운영위원장 배옥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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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생님, 우리가 이겼어요. "

서울구로구구로본동 구로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배옥병 (裵玉柄.40.주부) 씨와 학부모들은 지난 14일 학교를 찾아와 교사들과 함께 작은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지난해 8월부터 지루하게 끌어왔던 싸움은 '우리 아이의 보행권 지키기' .주민과 학부모들도 모르는 사이 학교앞에서 진행중이던 폭 25m 도로공사를 놓고 학교.학부모가 힘을 합해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하차도 건설로 바꾼 것.

서울시장을 직접 찾아가 받아낸 약속이어서 구로초등학교 식구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만족했다.

수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나 학교총회, 번번이 거절당했던 구청장과의 면담 실현, 그리고 시장 면담 등을 통해 거둔 결실이었다.

지난 96년부터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도입된 학교운영위가 학교 안팎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裵씨는 학교운영위의 정착을 위해 조언과 정책개발에 앞장서온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의 주부회원. "처음엔 치맛바람 일으키는 학부모로 해석하는 일부 선생님들과 다른 학부모의 차가운 시선이 벽처럼 느껴졌지요. " 하지만 裵씨는 집안살림하듯 학교예산을 조목조목 챙기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지원하는 게 당연시되던 '급식 후원금' 을 96년말 거두지 못하게 한 것을 시작으로, 운동회 때마다 있던 찬조금 납부도 없앴다.

지난해엔 졸업앨범 제작과 관련, 학생 한명이 3만9천7백원씩 내야 했던 졸업앨범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해 가격을 1만3천원이나 낮추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학교 주변에서는 "너무 나선다" 는 비판의 소리도 나왔지만 학교운영위를 통해 학교.학부모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머리를 맞대 합의점을 찾아냈다.

이 학교 정구영 (鄭求永) 교감은 "아이들을 잘 키워보자는 데는 모두가 뜻을 같이했기 때문에 갈등도 극복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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