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세계공황론의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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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기를 마감할 때면 종말론의 사교 (邪敎)가 판치게 마련이다.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세계 공황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황 운운 하는 것은 대공황 이후 70년동안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세계경제가 통제력도 없고, 불황으로부터의 회복력도 없으며, 또 주요 국가간 협조체제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세계 경제란 것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단지 졸지에 경제위기를 맞았던 우리의 눈에 그 불안이 더 크게 보일 뿐이다.

대공황과 두 차례 오일쇼크의 가르침은 저 혼자 살려다가는 다 죽는다는 것이다.

대공황과 특히 최근 아시아 경제위기의 또다른 가르침은 긴축처방이 경제위기를 극심한 불황으로 변질시킨다는 점이다.

이같은 깨달음이 80년대 중반 이후 주요 경제간 정책협조체제를 구축했고, 최근 경제불안이 그 협조체제를 재발동시켰다.

지난 가을 이후 성장과 고용으로 방향전환한 주요 경제들의 공동노력, 그것이 98년의 러시아와 중남미 위기의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세계 경제가 무시못할 회복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 경제의 또 하나 흐름은 통제력 강화다.

국제통화기금 (IMF) 등 국제 금융기구들이 위기관리능력을 정비하고 있고, 핵심적 불안요소인 국제단기자본 (핫머니) 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중남미는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인 미국의 뒷마당이다.

국민의 반 이상이 주식투자자인 나라에서 뒷마당의 불길이 집으로 번지는 것을 보고도 미국 정부가 두손 놓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정부주의자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미국.IMF.서방 선진7개국 (G7) 등 모든 노력으로 불을 끌 것이다.

동병상련 (同病相憐) 이라고는 한다.

그러나 이같은 세계 경제의 능력을 감안할 때 모든 나라가 동시에 잘못된 경제정책을 펴기 전에는 공황이 올 수 없다.

더이상 세계 공황론의 잡상인들에게 현혹되지 말자. 위기극복.구조조정.개혁…. 우리의 갈 길이 구만리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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