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갑조각전'아리랑…'18일부터 박영덕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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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돌이라는 날것의 재료에서 출발해 종착역에 도달하기까지 깎고 다듬는 과정. 조각은 미술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 '구도' (求道) 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래서 "작가는 무 (無)에서 유 (有) 를 찾는 것보다 유에서 무를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는 중견 조각가 박찬갑씨의 작가노트의 한 구절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9~31일 박영덕 화랑에서 열리는 '아리랑 - 해는 동에서 뜬다' 전은 20년이 넘는 세월을 통해 자연의 섭리에 대한 순응, 그로부터 깨닫는 긍정적 현실관에 이르려고 하는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02 - 544 - 8481.

박씨는 낯선 작가가 아니다. 제암리 순국선열 추모비나 국토개발연구원, 경기도고양시 호수조각공원 등 국내 여러 곳에 그의 조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30여 점을 비롯해 그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은 하늘과 땅, 사람이 어우러져 세상을 이룬다는 삼재 (三才) 사상.

하늘을 받치고 땅을 딛고 서서 소박하게 눈을 껌벅이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끝간 데를 모르는 현대인들의 경쟁과 각박한 일상의 탈출구가 읽힌다. 그것은 바로 순리 (順理) 이며, 그가 '유' 에서 만들어내려 애쓰는 '무' 일 것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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