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스케치]'금창리 사찰'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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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제네바에서 재개된 미국.북한 3차 회담은 예상대로 양측의 '샅바싸움' 이 팽팽한 가운데 시작됐다.

양측 수석대표들이 언급을 회피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양측은 금창리 지하시설 사찰문제에 대해 기존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회담후 김계관 (金桂寬) 북한 수석대표가 "회담이 그렇게 빨리 잘 될 수 있느냐" "예상 외의 문제들이 있었다" 고 발언한 것도 이같은 난항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양측은 18일부터 22일까지의 4자회담 4차 본회담이 끝난 후 23일부터 다시 회담을 재개하기는 한다.

그러나 93년 이후 북한이 취해온 '벼랑끝 전술' 을 고려할 때 그 전망은 밝지 못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북한은 한번의 사찰허용 대가로 3억달러나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수시 사찰을 전제로 현금 제공은 불가하나 식량제공.경제제재 완화 등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는 16일 오전 회담장으로 떠나기 전 숙소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언제나 원칙대로 해왔다" 며 "한반도 4자회담이나 핵시설 의혹 해소를 위한 조.미 회담에 임하는 북한 입장엔 변함이 없다" 고 강조했다.

그는 4자회담 4차 본회담에서 가동될 분과위 중 '긴장완화분과위' 에 북한만이 군인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 "군사적 신뢰회복 이전에 정치적 신뢰구축이 우선이라는 게 북한 입장" 이라며 "우리는 군인을 참석시킬 생각이 없다" 고 못박았다.

그는 '정치적 신뢰구축' 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치적 적대 관계의 해소를 뜻하며, 이것은 정치가가 하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 …북한측 이근 (李根) 차석대표는 15일 저녁 일본 아사히TV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버틀러 유엔 특별사찰단장을 통해 이라크에서 한 짓을 조선에서도 하려 한다" 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금창리 시설을 자꾸 문제삼고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경수로 건설" 이라며 "2003년 경수로 완공 목표는 이미 지나간 얘기가 됐기 때문에 금창리보다 이 문제를 먼저 다뤄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이에 앞서 북한 대표단은 16일 오전 10시 (현지시간) 승용차 2대에 나눠 타고 회담장소인 제네바 주재 미국대표부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30여명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응하지 않은 채 회담장에 들어갔다.

외신 기자들은 대부분 일본 보도진이어서 최근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일본의 관심을 대변했다.

제네바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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