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이라크 경제제재 완화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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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은 그동안의 완강한 태도에서 굴복해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수용했다.

이는 봉쇄조치로 이라크 국민들이 기아와 의약품 등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는 아랍 형제들인 이라크 국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음을 동정하는 자국민의 감정을 의식, 미국에 이슬람권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가 24일 열릴 아랍연맹 외무장관회담에서 제재해제조치를 정식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라크의 원유증산으로 인한 유가하락.수출감소 등 국익희생도 감수하겠다고 밝힌 것도 미국에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날 사우디는 이집트와 함께 이라크 국민들에게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라고 호소, 이라크 국민과 후세인 정권을 별도로 취급하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미국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이라크 사태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지난 6개월간 이라크의 원유수출은 52억달러의 할당량에 훨씬 못미치는 30억달러선에 그쳤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상징적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게다가 미국은 비행금지구역을 정찰비행하는 미군기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이라크 북부지역 미사일 기지와 군사령부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계획을 밝히는 등 사담 후세인에 대해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제재는 후세인에 대한 경계 차원에서 친서방 아랍권도 동의한다.

미국의 정책은 앞으로 동맹국과의 공동보조에 더욱 신경을 쓰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이번 경제제재 완화는 외교적 제스처로 동맹국의 반발을 무마하고 추가공습의 명분축적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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