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얽힌 정국 실타래 해결사로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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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의 정국 정상화를 위한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金총리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 '국회 529호실 사태' 에 대한 '유감' 을 표명하고 안기부 직원의 국회출입 문제를 정리하는 등 꼬이고 꼬인 대치국면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거듭했다.

이에 더해 金총리가 가장 적극적인 해법 (解法) 을 내놓고 있는 대목은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경제청문회 출석문제. 金총리는 이날 자민련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예우를 갖춰야 하며 직접 청문회장에 끌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金총리는 "감정을 갖고 세상 일을 대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또다른 일을 만들어 보복하는 등 한량이 없게 된다" 고도 했다.

최근 자민련이 '여당 단독 청문회 배제' '출국금지 의원 11명 고소.고발 철회' 등의 잇따른 대야 (對野) 유화책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는 원천인 셈이다.

金총리가 여야 해빙 (解氷) 의 물꼬역을 맡은 데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도 있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2일 두번째 독대 (獨對)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金총리는 교착정국 타개를 위해 중개역할을 해보겠다는 뜻을 타진했던 것으로 측근들은 전했다.

金대통령도 이에 대해 암묵적 양해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金총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金대통령과의 교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가 한 척 (尺) 을 말하면 金대통령은 삼십척 (尺) 을 안다" 고 답했다.

金총리는 또 요즘 침대 머리맡에 붙여두고 자는 고사성어가 '이신전신 (以神傳神)' 이라고도 했다.

같은 정치9단인 金대통령과는 이심전심 (以心傳心) 의 단계를 뛰어넘는 정치9단 끼리의 '그 무엇' 이 있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요즘 내각제에 대해 별로 얘기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도 金총리는 "그만하면 알아들을 만하니까 그렇지…" 라고 넘겼다.

金총리의 'YS 증인출석 배제' 는 金대통령 주변의 이해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표면적으론 국민회의측과의 '이견 (異見)' 으로 비춰질 수 있는 金총리의 'YS 출석 배제' 주장이 실은 여권 전체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金총리의 행보는 결국 여야 대화정국의 이니셔티브를 쥠으로써 자기 색깔도 '과시' 하겠다는 의지를 함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련의 한 고위 당직자는 "국민회의 - 한나라당의 극한대치 속에 위상 자체가 모호했던 자민련이 중간자 역할을 통해 정국의 축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으로 'JP 행보' 를 정리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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