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9프로농구]월간MVP=팀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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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프로농구 간판스타의 '월간 MVP' 수상은 소속팀 몰락의 신호탄인가. 간판스타 주희정 (삼성).허재 (나래)가 월간 MVP를 수상한 직후부터 소속팀 삼성.나래는 약속이나 한듯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11월 한달간 7승2패를 올리며 선두에 올랐던 삼성은 포인트 가드 주희정이 11월 MVP를 수상한 후 센터 버넬 싱글톤과 포워드 김택훈의 부상이 겹치면서 선두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12월 8전승의 기염을 토한 나래는 허재가 12월 MVP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맥풀린 플레이로 일관, 선두진입 문턱에서 중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삼성은 주희정이 MVP가 된 후 13경기에서 8승5패, 승률이 78%에서 62%로 떨어졌다. 나래는 허재의 수상 이후 1승4패로 부진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두가지 예만으로 공식을 뽑아내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연승 과정에서의 전력소모로 인한 팀 컨디션 저하 ▶상을 받은 후의 만족감에 따른 집중력 약화 ▶간판선수에 대한 상대팀의 견제 등은 지적할 만하다.

오름세를 타고 높은 승률을 올린 팀은 전력소모 등으로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조정기를 필요로 하는데 이때 간판선수가 상을 받는 시기와 일치할 수 있다.

허재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경험이 부족한 주희정은 두번째 케이스인 집중력 약화의 결과다. 나래는 허재가 상을 받은 후 더욱 허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팀 전술이 단조로워지고 있다. 주희정은 수상 이후 무리한 플레이가 많아지면서 실책과 파울이 늘어 팀 리더로서의 역할이 미흡했다.

각팀은 이제 높은 승률은 올리면서도 MVP 수상자는 만들지 않는 묘수를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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