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 수사 전망]판.검사와 유착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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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의 수임비리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졌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 사무장 김현 (金賢) 씨가 자진출두함에 따라 검찰 - 법원 - 변호사 등 법조 3륜은 물론 경찰.교도관이 얽힌 수임 커넥션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李변호사가 컴퓨터에서 삭제한 사건기록의 상당부분을 복구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李변호사가 92년 개업 이후 수임해온 사건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확인된 소개인 3백79명 외에도 사건 관련자의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일단 李변호사와 金사무장을 먼저 구속한다는 방침이다.

두사람 모두 "소개인에게 알선료를 건넨 사실이 없고 사건을 물어온 대가로 수당을 주고 받았을 뿐" 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내부 조사를 통해 알선료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특히 검찰 직원이나 경찰관 가운데 자신이 맡았던 수사 등 업무와 관련있는 사건 피의자를 소개해주고 돈을 받은 경우는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은 소개비를 받은 1백22명 가운데 검찰직원.경찰관 등 대략 30여명이 '뇌물성' 알선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李변호사의 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李변호사가 지난해 대전지방국세청으로부터 3억5천만원의 소득세를 추징당한 만큼 고의로 세무자료 신고를 누락한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검찰이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수임장부에 이름이 기재된 검사.판사.변호사에 대한 수사다.

법조인끼리는 사건소개와 관련한 알선료를 주고 받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 데다 실제로 李변호사의 장부에도 소개비는 적혀 있지 않아 법적 책임을 묻기는 불가능하다.

또 일단 소개인으로 거명된 검사를 상대로 경위서를 제출받기로 했지만 대부분 친지의 부탁에 따른 '단순소개' 수준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검찰은 향응.떡값 제공 등 李변호사와 현직 검사간의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알선료가 드러난 일반직만 처벌하고 판.검사 등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여론이 호된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직 판.검사에게까지 이번 사건의 파문이 미칠지 여부는 검찰의 李변호사 계좌추적 결과에 달려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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