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비리사슬]법원.검찰공무원의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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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지검 A계장은 최근 한 후배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의를 받았다.

자기가 잘 아는 모 변호사 사무실에 사무장으로 취직할 경우 계약금 7천만~8천만원에 월 1천만원의 월급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 "형님 정도의 인맥과 수사경력이면 그 정도는 충분하다" 는 게 그 후배의 설명. 그는 "사건 많이 보내드릴테니 나중에 잘되면 섭섭지 않게 (?) 해달라" 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법원공무원 생활 10년이 다 돼가는 서울지법 金모씨도 이와 비슷한 말을 전한다.

"동료 출신 사무장으로부터 가끔 술대접과 함께 수십만원대의 떡값을 받기도 한다" 는 그는 "서류복사.송달 등 부탁이 들어오면 무리를 해서라도 도와줄 수밖에 없다" 고 털어놓았다.

법조계 비리가 터져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사무장 비리. 여기에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 못지않게 뿌리깊게 자리잡은 법원.검찰 일반직들의 전관예우 관행이 문제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서초동 일대 사무장들의 공식 월급은 1백50만~3백만원. 그러나 발이 넓은 법조경력의 사무장들은 성과에 따라 '스타급' 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게 공공연한 얘기. 이들은 '관리대상' 인 현직 선.후배들간의 인맥을 이용, 주로 형사사건을 무더기로 끌어온다.

또 현직 직원들도 사실상 '한식구' 라는 의식 때문에 가급적 이들에게 사건을 몰아주기 일쑤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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