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단독처리 법안 효력 입씨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당이 6, 7일 본회의에서 변칙처리한 70개 의안의 법적 효력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처리의안에 대한 '무효' 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의 효력 여부는 크게 두가지가 쟁점이다.

먼저 이번 변칙처리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날치기 통과인지 여부다.

여당은 새벽에 날치기 통과시켰던 지난 96년 12월의 노동법 파동때와 달리 야당의원들 모르게 본회의를 강행한 것은 아닌 정당한 처리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본질적으로 절차적 결함을 가진 의결이었다고 반박한다.

특히 6, 7일 연속 본회의 사회를 본 김봉호 (金琫鎬) 부의장이 의안에 대해 "이의 없느냐" 고 물었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의 있다" 고 말했음에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는 것. 국회법 112조엔 "안건에 이의가 있을 때는 표결해야 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의 이의제기는 반대의사라기보다 일종의 '의사진행 방해행위' 에 해당한다며 한나라당 주장을 일축한다.

두번째는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더라도 과연 법안 자체가 무효가 되는지 여부다.

헌재는 과거 여러 차례의 날치기 통과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우려, 판단을 내리지 않다가 지난 97년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대해 처음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당시 신한국당의 처사에 대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 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막상 해당 법률에 대한 무효결정은 하지 않았다.

즉 "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의 효력은 다수결 원칙에 따라 유효하며 재의결 절차를 거칠 것" 이라는 모호한 결정을 내린 것. 이런 결정을 두고 여야는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 공방만 거듭하다가 흐지부지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결정 이후 '절차의 하자는 무효 사유' 라는 재야 법조계와 학자들의 거센 비난이 있었던 사실 등을 감안할 때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