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의 모스크바에세이]러 울리는 '低유가 음모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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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러시아에서는 최근의 저유가 현상을 놓고 음모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름값이 특별한 요인도 없이 최근 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형성된 후 반등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수입의 4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나 비싼 비용을 치르고 기름을 퍼올려야 하는 러시아 석유업계 모두 저유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 시세가 2년 이상 지속되면 러시아의 유정 (油井) 중 30% 정도만이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러시아 석유업계 및 정부 일각에서는 저유가 현상이 러시아를 고사시키기 위한 음모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의혹은 표적이 러시아만이 아니고 북반구 석유업계 전체를 겨냥했다는 설로까지 번졌다.

서방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이러한 음모론의 확산이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러시아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세르게이 게네랄로프 연료에너지부 대변인은 보도가 난 날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연료에너지부는 그러한 음모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저생산코스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예산을 세번이나 고쳐 짜는 상황을 봐도 설득력이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음모론은 새해 들어서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흉흉한 러시아의 대서방 감정도 진화를 어렵게하는 요인이다.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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