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교통문제 시장이 나설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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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IMF 위기가 도와준 한해였다. " 지난해 말 한 모임에서 고건 (高建) 서울시장은 '98년 서울 교통상황' 을 이렇게 축약했다.

취임 후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그런대로 잘 굴러간 서울 교통상황에 고마워하면서, 한편으론 99년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함께 담은 의미있는 한마디였다. 高시장 말대로 교통부문의 지난 1년은 분명 기회였다.

기름값은 오르고, 월급은 깎이고…. 시민은 스스로 승용차 운행을 자제했고, 아예 차를 처분하기까지 했다.

새 차는 살 사람이 줄어 재고만 쌓였고 메이커는 조업을 단축했다.

"그렇게만 가라." 30년 묵은 낭비.비효율.공해유발적 서울 교통시스템이 단번에 치유될 수도 있겠다며 기대에 부푼 전문가들이 많았다. 서울시는 그러나 조용했다.

조순 (趙淳) 시장 때는 "중앙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어 교통대책을 하나도 못세우겠다" 고 발이라도 동동 굴렀는데, 이번엔 그것조차 안했다는 질책까지 나올 정도였다.

趙시장 때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혼잡통행료 제도를 확대할 건지, 그만둘 건지 결론을 안내고 1년을 보냈고, 역장이 3명인 지하철 운영도 아직 그대로다.

"30년 낡은 버스 노선.운영시스템을 확 뜯어고쳐야 서울 교통의 기본틀을 잡는다" "87개 버스업자의 생계 차원 기업경영은 말도 안된다" "너무 구식인 경찰의 소통관리 행정을 이관해 오라" 등 전문가들의 지적을 서울시 실무자들은 들은 척도 안했다.

"이걸 하려니 저게 걸리고, 다른 부처 권한도 존중해 줘야 하고, 이미 발표한 것이라 고칠 수 없고…" 하며 차일피일 시간만 끌었다. 그 사이 다시 기름값은 떨어지고, 차에 붙는 세금도 줄었다.

때는 이미 놓친 셈이다.

이제 또 남산 두 곳에서 혼잡통행료를 받고, 교차로 몇 곳을 고쳐 대응하겠다는 말인가.

99년엔 시장이 직접 나섰으면 한다.

중앙정부와는 실질적 교통관리.수단운영권을, 경찰과는 소통관리권을, 또 업계.노조와는 기득권 포기를 놓고 다투는 시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

만약 시장이 이기면 서울 교통시스템은 분명 근본부터 개혁될 수 있을 테니까.

음성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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