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함께 묻었다가 다시 꺼낸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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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서 열린 故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안장식에서 이희호 여사가 관을 감싸고 있던 태극기를 의장대로부터 받고 있다.(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23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장식에서 고인의 운구는 가로 5m, 세로 3m 크기의 대형 태극기로 뒤덮여 옮겨졌다. 국방부 의장대 소속 운구 요원들이 안장식장에서 묘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통해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옮겼다. 하관 직전 운구요원들은 관을 뒤덮은 태극기를 곧게 펴서 삼각형 모양으로 접었고 정진태 국립서울현충원장은 이를 유족 대표인 이희호 여사에게 전달했다.

이 여사는 “이것도 고인의 유품이니 집에 가져가는 것보다 (고인이)지니고 가시면 좋겠다”고 말해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을 통해 태극기를 현충원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허토(봉분하기에 앞서 흙을 삽으로 떠서 관 위에 뿌리는 절차) 직전에 태극기를 관 위에 올려 놓았다.

유족들은 안장식 행사를 모두 끝내고 차량으로 현충원을 벗어났으나 정진태 국립서울현충원장은 태극기를 매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기법’에 어긋난다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유족들에게 알렸다. 2007년 7월 시행된 국기법 제10조는 ‘국기를 영구(靈柩)에 덮을 때에는 국기가 땅에 닿지 않도록 하고 영구와 함께 매장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여사는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태극기를 묘에서 꺼내도록 했고 박지원 의원이 정진태 서울현충원장과 협의해 관을 덮었던 목판을 걷거내고 태극기를 수거해 유족에게 다시 전달했다.

안장식 행사가 오후 7시쯤 끝나 인부들은 저녁 식사 등을 위해 일시 작업을 중지했다. 태극기 수거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는 다행히 목판 위에 흙을 덮지 않아 태극기를 쉽게 회수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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