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규모 부정선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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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일 실시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 공권력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25일 발표될 잠정 개표 결과를 놓고 카르자이가 과반 득표를 통해 재선에 성공할지, 아니면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간 민간 선거 감시 기구인 ‘아프간 자유공정 선거 재단’의 나테르 나데리 대표는 22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7000명의 다국적 참관인을 투표소에 배치해 감시한 결과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선거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나데리 대표는 “대리투표는 물론 선거 개시 전 투표함을 미리 채워 놓거나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강요하는 등의 부정이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도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특파원 2명이 선거일 오전 7시55분 수도 카불 동부 하지자나트 굴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방문했을 때 투표 개시 1시간여 만에 5530명이 투표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었고 12개의 투표함이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분당 100명 정도가 투표해야 가능한 수치”라며 “탈레반의 잇따른 선거방해 폭력으로 투표소가 한산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개표 결과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현지 통신사인 파지와크는 22일 “카르자이 대통령이 현재 개표가 진행된 451만여 표 가운데 324만 표를 얻어 당선이 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2위 후보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은 102만 표를 얻었지만 아직 개표하지 않은 표 200만 표 대부분이 카르자이 강세 지역표로 전세가 역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AP통신은 압둘라 전 장관이 카르자이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1, 2위 후보가 치르는 결선 투표에 대비해 다른 후보들과 ‘반카르자이’ 연대를 구축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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