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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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민운동은 한마디로 권력감시 운동입니다. 힘있는 자들의 잘못을 정확히 짚어주고 이를 바로잡는 일이 시민단체의 임무지요. " 최근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참여연대의 박원순 (朴元淳.42) 변호사는 비판 기능을 시민운동의 최우선 가치로 꼽았다.

참여연대 창립멤버로 지난 95년부터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朴변호사는 인권 변호사 출신답게 소송.고발.청원 등과 같은 법적 대응을 시민운동의 '신전술' 로 도입, 시민운동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성명서나 내면서 목소리만 높이면 되던 시절은 이제 끝났어요. 구체적 목표에 대해 구체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실사구시 (實事求是) 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인권 변호사로 일하다 재충전을 갖기 위해 떠난 90년대초 해외연수 당시 선진국의 시민운동을 접하면서 과학적.효율적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朴변호사는 귀국후 뜻을 같이 하는 지식인들과 함께 94년 참여연대를 설립하고 '법치주의' 를 통한 시민권익의 옹호를 위해 정열을 바치고 있다.

"요즘 한창 떠드는 개혁이라는 것도 결국 법치주의의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법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사회 부조리가 생길 리 있나요. " 朴변호사는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선 "시민단체는 항상 권력과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만 운동의 건강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 고 지적하고 최근 제2건국위원회에서 민간단체들을 직접 포괄, 지원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76년 서울대에 입학한 지 두달만에 우연히 참가한 교내 집회 때문에 넉달간 구속당한 경험이 인생의 전기가 돼 사회개혁운동에 눈을 뜨게 됐다는 朴변호사는 "돌멩이 하나도 말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실천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법" 이라며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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