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해협회회장 대만방문 전격취소…양안관계 급속 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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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밑 양안 (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海協會) 의 탕수베이 (唐樹備) 부회장은 지난 25일 당초 다음달로 예정됐던 해협회 왕다오한 (汪道涵) 회장의 대만방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唐부회장은 "충분한 준비가 없는 한 汪회장은 대만을 방문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준비' 란 중국.대만이 정치대화 개최문제에 진전을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치대화는 중국이 통일문제를 다루기 위해 대만에 끈질기게 요구중인 사항이다.

唐부회장의 폭탄선언은 대만측이 통일논의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준정부 차원의 교류도 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汪회장의 대만방문은 지난 10월중순 해협회의 대만측 카운터파트너인 해협교류기금회 (海基會) 의 구전푸 (辜振甫) 이사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합의된 4개항중 하나. 중국은 불과 두 달전의 汪 - 辜회담 합의사항을 깨버린다고 선포한 것이다.

95년 6월 대만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의 미국방문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양안관계가 모처럼 풀리는가 싶다가 다시 급랭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대만은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3년 동안 낮잠만 자던 대만행정원 대륙공작위원회 회의를 개최하는 등 汪회장의 대만방문을 앞두고 바삐 돌아가던 손길도 얼어붙었다.

중국측의 속셈은 무엇일까. 대만의 최근 행태가 '위험수위' 에 도달해 비상조치를 취할 필요를 느꼈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지난달초 대만 샤오완창 (蕭萬長) 행정원장이 중국의 '비민주 (非民主)' 를 신랄하게 비난하더니 이달초엔 타이난 (台南) 시가 '중국의 통치를 바라는가' 라는 공민투표를 실시, 압도적 표차로 중국통치안이 부결됐다고 발표해 중국을 자극했다.

또 李총통은 지난 9일 "汪 - 辜회담으로 중국과 대만이 대등한 실체임이 입증됐다" 고 주장한 데 이어 18일에는 "대만독립은 더 이상 선포할 필요도 없는 사실" 이라고 주장해 중국을 격분시켰다.

양안간 준정부 차원 접촉인 汪 - 辜회동이 대만 분리독립 주장에 이용되는 한 대만방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중국의 생각인 것이다.

汪회장의 방문취소는 곧 대륙에서 불어닥칠 북풍 (北風) 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대만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훈련 같은 대만 상대의 무력시위가 언제 되풀이될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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