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투자 귀재들 '심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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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식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위험성 만큼 '잘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잘만 하면'이란 말이 실제론 워낙 어려운 것이어서 일반투자자들로선 그저 부러움이나 시샘의 대상으로 끝나기 일쑤다.

최근 한달동안 주가가 1백포인트 이상 폭등하는 등 증시가 벌겋게 달궈지면서 그야말로 '떼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이 증권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세종기술투자의 김형진 사장과 대신증권 목포지점의 장기철 차장. 이들은 올 하반기 들어서만 각각 6백12억원.1백12억원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세종증권 (구 동아증권) 을 인수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金사장이 갖고 있는 세종증권 지분은 모두 6백50만주. 인수 당시 金사장은 세종증권 주식 4백만주를 주당 평균 1천7백원선에 사들였다.

이것이 지난 24일에는 주당 1만2천원으로 폭등, 7배가 넘는 이익을 낸 것. 게다가 金사장은 세종증권의 유상증자때 자신이 대주주인 홍승캐피탈을 통해 2백50만주를 주당 4천원에 인수했는데 여기에서도 3배의 이익을 냈다.

張차장은 하루에 최고 9천억원 어치의 주가지수 선물거래를 중개, '선물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인물. 지난 9월 선물투자에서 올린 성과를 높게 평가받아 회사로부터 30억원의 성과급을 받은 張차장은 이 돈으로 대신증권의 주식을 1백만주나 사들였는데 당시 3천원대였던 주가가 지난 24일에는 1만4천2백50원으로 5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다만 張차장은 증권사 직원인 관계로 내년 9월까지는 주식을 팔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미실현 수익'인 셈. 張차장의 얘기인즉 "돈을 벌 목적이었다기보다는 회사에서 받은 돈을 회사를 위해 쓰고 싶었기 때문" 이라니 그야말로 '돈 복'을 타고 났다 해야할까.

한편 유상증자에 우리사주로 참여했던 증권사 직원들도 최고 8배 가량의 평가이익을 기록중이다. 지난달말 우리사주 청약을 받은 쌍용투자증권의 경우 청약가격은 1천2백50원이었으나 지난 24일의 주가는 9천7백50원으로 올랐다.

쌍용투자증권 관계자는 "과장급 직원의 경우 5천주 정도를 배정받아 4천만원 이상 벌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삼성.현대증권도 유상증자때의 가격인 5천원에 비해 지난 24일 주가는 각각 3만3천원과 1만7천3백50원으로 3~6배 가량 뛰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할 당시는 주가가 낮아 마지못해 청약한 사람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돈방석에 앉게 돼 다른 회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사주로 사들인 주식은 7년간 매매가 제한되지만 회사를 그만두거나 경조사 비용, 주택자금 마련 등에는 예외를 인정받아 주식을 팔 수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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