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관련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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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오던 그린벨트 제도 개선안 마련의 기본틀이 해제지역을 더 많이 늘리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건설교통부를 중심으로 그린벨트 제도 개선안을 마련중이었다.

시안은 이미 발표됐고 공청회를 통해 정밀하게 다듬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로 여전히 묶이게 되는 지역에 대한 보상문제에는 대단히 미온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재원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극히 일부인 대지와 잡종지 등에 대해서만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보상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마저 우선순위를 두어 대단히 제한적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종래의 목적대로' 쓸 수 없게 됐거나 '토지의 사용가능성' 이 없어졌는 데도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는다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임야나 농지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없다는 정부의 기본입장과는 큰 차이가 난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설사 임야나 농지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건교부는 이번 제도개선안 마련에서 적당히 타고 넘어가려던 보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당초 올해 안에 하려던 그린벨트 전면해제 지역 (중소도시) 의 결정.발표도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보상문제를 무게있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자들은 보상의 부담을 고려해 해제지역을 가능한 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전망했다.

건교부는 헌재의 결정을 토대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도시계획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의 후속조치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 판결의 정확한 의미파악과 그에 따른 보상의 범위.내용을 개정안에 반영하는 문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현재 마련중인 제도개선안에도 개정될 도시계획법의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건교부의 그린벨트 제도개선안 마련 일정은 적어도 한 두달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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