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직접 프로듀싱 4집 발표 첫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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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라이브 스타 이은미의 매력은 노래와 혼연일체가 되는 무대매너에서 나온다. '도' 와 '레' 의 차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음정 인식, 힘과 울림이 겸비된 감정조절도 그녀의 강점이지만 그녀의 팬들은 아무래도 그녀의 무대매너에 열광한다.

그녀의 공연에서 노래는 가수와 분리되지 않는다. 착 달라붙는 가죽바지 차림에 맨발로 열창하는 모습이나 노래가 끝난 뒤 얼굴에 흥건한 땀을 훔치는 장면은 노래 그 자체다. 타고난 가창력과 노래를 자기 삶의 유일한 가치로 삼는 마음가짐이 합쳐진 결과다.

무대에서 그녀가 흘리는 땀은 마치 음표와 같다. 노래 대신 가수의 퍼스낼리티가 흥행의 주요소인 국내 가요계에서 그녀는 드문 예외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적인 공연 매너는 음반을 만들때는 일정한 긴장을 유발한다.공연의 미학은 소리를 퍼뜨리고 휘발시키는데 있지만 음반의 미학은 소리를 저장하고 되새김하는데 있다. 공연에 익숙한 그녀는 음반을 만들면서 공연 논리가 앞서는 것을 경계해야하는 것이다.

92년 나왔던 이은미의 1집과 93년 나온 2집에서는 공연의 열정적인 모습과 달리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조됐다. 두 음반에서 이은미의 모습은 '발라드' 가수다.

반면 지난해 나온 3집 '자유인' 에서는 로커적인 강렬한 면모가 부각됐다.

그러나 세 음반 모두 가수 이은미의 총체적 면모를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강과 약을 고루 종합한 음반이 필요했던 것이다.

막 발표된 이은미의 4집은 그 강과 약을 고루 품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음반이다. 본인 스스로 문제의식을 품고 프로듀서를 자청한 이 음반에는 테크노 느낌이 들어간 소울이나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강렬한 펑키록이 있는가 하면 정제된 팝, '국민가요' 를 연상시키는 대중적인 발라드도 마련돼있다.

이은미를 '기억 속으로' 류의 발라드 가수로 여긴 사람은 펑키록 스타일의 '비밀은 없어' 나 굴곡 심한 '네가 알던 세상은' 을 들으면 놀랄 것이다. 두 곡에서 이은미는 야수처럼 번득이는 보컬, 흥겨운 리듬, 일반인의 몇배는 됨직한 폐활량을 과시한다.

이어지는 '요즘은 어때' 역시 톡 쏘는 보컬이 듣는 이를 놀래킨다. 메탈과 프로그레시브, 아방가르드 음악이 혼합된 '벽' 에 이르러선 에로영화 음악같은 육감적 느낌까지 난다.

하지만 팝발라드 '세상 그위로' 와 국민가요풍의 '연서' 는 그 놀라움을 진정시킨다. 디바풍의 유장한 보컬이 고정 팬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새 음반에는 또 뜻밖의 반가운 손님도 등장한다. '그리움만 쌓이네' 로 3년전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사라져버린 여가수 여진이 '기억될거야' 에서 이은미와 이중창을 하고있고 패닉의 김진표도 '네가 알던 세상은' 에서 능청맞은 랩 솜씨를 보여준다.

새 음반을 제작한 1년 동안 이은미는 적쟎은 난관을 겪었다. '자신의 모든 것' 을 표현하고픈 의욕에 강행군하다보니 녹음중 졸도하는 고역을 여러번 치른 것. 하지만 음반을 내면 바로 공연으로 보여줘야하는 직성 탓에 그녀는 오늘 (24일) 신보를 소개하는 첫 콘서트를 강행한다. 오후7시30분.11시.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02 - 539 - 0303.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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