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구조조정속 전경련도 변신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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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변신하고 있다. '오너' 중심의 회장단 구성체제가 무너지고 전문경영인이나 주요 업종의 대표적인 최고경영자도 회장단 물망에 오르는가 하면 조직 자체도 젊고 활동적인 '실무형' 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최고의결기구인 '회장단' 의 변신.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20명의 회장단중 절반 가량이 내년 2월 정기총회때 교체될 전망" 이라면서 "구조조정 등으로 회장단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경영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회장단에 많이 들어오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회장단의 기능을 '오너 친목모임' 보다는 재계 현안을 심도있게 토론하고 정책 대안을 내놓는 명실상부한 의결기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김우중 (金宇中) 전경련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

특히 손길승 (孫吉丞) SK회장이 지난 9월 전문경영인으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회장단에 가입한 것이 이같은 변화의 시초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정부 정책기조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회장단 구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전경련은 또 그동안 회장단이 대그룹 오너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여러 업종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는 기능이 취약했다고 판단, 업종 대표의 성격을 강화하기로 하고 업종과 회장단 후보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경련의 이같은 시도에는 또 다른 속사정도 있다. 올들어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의 바람속에서 30대 그룹중 상당수가 몰락하면서 기존 회장단 멤버중 일부가 더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는 형편이 되어버린 것.

김선홍 (金善弘) 전 기아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회장단 활동을 그만뒀고, 최원석 (崔元碩) 전 동아그룹회장과 김중원 (金重源) 한일그룹회장도 회사부도 등으로 도중하차했다.

게다가 회사가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 대상이거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회장단 멤버의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는 것. 회장단 가입 회사는 연간 최소한 수억원의 회비를 일반회원보다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않아 최근 포기의사를 비추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경련은 올들어 기업 퇴출.부도로 회비를 못내는 회원사가 늘어나면서 현재 예정액 대비 80%대의 부진한 회비 징수 실적에 애를 먹고 있다. 때문에 5대 그룹 회장들은 잔류하겠지만, 나머지 회장단 멤버중 기업규모가 작고 업종 대표성이 없는 회장들도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현재 입안중인 전경련 발전 5개년계획의 한 분야로 회장단 운영개선방안을 마련, 내년 1월 회장단회의를 거쳐 2월 정기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들도 회원사로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휴렛팩커드.한국 모토로라 등 곧 1백여개 외국기업을 선정,가입안내 공문을 띄울 예정이다.

전경련측은 "주요 그룹에 필적할 만큼 규모가 큰 외국기업이 생겨나면 장기적으로 회장단에 가입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는 입장이다. 전경련 회장단의 임기는 2년이며 내년 2월 일제히 임기만료된다.

이재훈.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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