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노총 ‘막가파식 파업’ … 어디가 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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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민주노총의 파업 양상이 정말 가관이다. 이 단체 산하 금속노조는 그제 1200여 명의 조합원을 끌고 경주 도심에서 연대파업을 벌였다. 경주시가 재활용품 선별업무를 민간 위탁하면서 근로자 15명을 정리해고했다는 것이 파업 이유다. 민간으로 위탁되나 이들 근로자는 사실상 고용도 보장되고 임금도 깎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근로조건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로 동조파업을 벌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혈세 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기아차의 노조는 ‘덜 일하고 더 받는’ 염치없는 단체협약을 요구하며 벌써 두 달째 파업 중이다.

유독 민주노총 사업장에 이처럼 파업이 잦은 이유는 지도부의 선명성 경쟁 탓이다. 산하 사업장들의 노사문제를 빌미로 떠들썩한 투쟁을 벌여 노동계 내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술책인 것이다.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인 근로조건 개선과는 아예 관계가 없다. 이는 통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8건의 파업 중 100건이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투쟁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률은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치는 4.7%에 그쳤다. 결국 상급단체를 믿고 시도 때도 없이 정치파업과 과격시위에 따라다니는 노조원들만 불쌍한 셈이다.

이제 산하 노조들도 민주노총의 실상을 직시하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정치투쟁에 골몰하는 지도부를 계속 추종하다가는 공도동망(共倒同亡)의 운명을 면치 못한다. 올 들어 이어지는 산하단체들의 이탈이 민주노총의 앞날을 예고해 주는 전조다. 투쟁에서 실리로 바뀌는 노동운동의 추세를 좇아 노사가 함께 사는 실속 있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만이 개별 노조가 살 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각계각층이 국민적 대화합을 이루어보자고 각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갈등과 혼란을 조장, 확대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사회공동체를 좀먹고,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가하는 황당무계한 파업을 즉시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