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광역의원 배지통일 예산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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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국 16개 시.도 광역의회 의장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지역별로 제각각인 의원 배지를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통일하자" 고 결의했다.

문양이나 색깔이 기초의회 의원들의 것과 구분이 안돼 위신이 떨어진다는 의원들의 '지적' 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각 시.도 의회는 내년 예산에 배지 교체 비용을 잇따라 반영해 서울시만 해도 1천5백만원, 전국적으로는 1억원 (6백90명) 을 배정했다.

'배지 통일' 결의 당시 일부 의원들은 "어려운 시기에 배지를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 며 반론도 제기했으나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시대착오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발상' 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명히 의원들의 행동은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의원들이 예산낭비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귀중한 세금이 불요불급한 곳으로 새는 것을 막아야 할 의원들이 오히려 낭비를 선도하는 셈이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각 시.도가 한푼의 예산을 아쉬워하는 때가 아닌가.

또 의원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착각했다.

지방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한 취지는 의원 자신의 이익보다는 시민에 대한 봉사를 우선하라는 데 있을 것이다.

의원들이 배지에나 신경쓰는 모습은 권위만을 찾으려는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의원들의 결의는 의원들의 지방자치 의식이 수준 이하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별로 각기 다른 특색과 가치를 살리는게 지방자치 정신임을 고려할 때 지방의원들의 배지를 국회의원처럼 전국적으로 통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의원들은 이번 '배지 파동' 을 계기로 왜 지방의회가 시민들로부터 눈총을 사고 외면을 받는지 곰곰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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