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 다녀간 산길 걸을 때 나는
작은 산이 된다 산꽃이 된다
돌멩이가 거칠고 많아도 맨발이 아프지 않고
넘어져 무릎 다쳐도 생피가 겁나지 않는다
공기는 탁구공처럼, 혹은 사랑에 막 눈
뜬 여인의
궁둥이처럼 둥긁, 탄력이 있고
내 몸은 바람 많이 든 공처럼 자꾸 튀어오른다
- 이재무 (40) '큰 비 다녀간 산길' 중
말이 숨차다.
탁탁 끊어진다.
거기서 배타적인 힘이 생긴다.
지난해 여름 폭우가 있었다.
그런 폭우 뒤의 참상과는 또 다른 산길에서 시인은 세상의 시름을 떨쳐버리고 그 최신의 기운에 휩싸여 그 자신을 사물화 (事物化) 한다.
그래서 공기도 나도 팽팽해져 튀어오르는 풍경이었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