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본 한국방송]5.케이블.위성정책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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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TV 프로그램 시장은 우리 방송 정책이 세계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케이블TV.위성방송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11일 행사장에서 열린 '카스바' (CASBAA.아시아지역 케이블TV.위성방송협회) S. K.펑 (52.NBC 아시아지역 회장) 회장의 인터뷰. 이 자리에서 펑 회장은 "내년도 카스바의 중점 사업은 위성방송 등을 무단 재송신하는 업체들에게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 이라며 "회원사인 로펌 (법률회사) 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고 선언했다.

가정에서 안테나를 설치해 시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있지만 유선업자들이 위성채널을 수신해 재송신하면서 이득을 얻는 행위엔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유선업체들에 해당되는 사항. 그러나 펑회장은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회원사들의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면서 "태국.필리핀 등이 1차 대상" 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로선 일단 안도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달리 보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저작권을 요구할 만큼 시장이 안정돼 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국제 시장에서 DCN.삼성영상사업단 등 케이블TV 6개사는 공동부스를 마련하고 약1백10만 달러의 수출계약실적을 올려 그나마 한국의 체면을 살렸다.

프로그램 장르도 공연.인물다큐 등 기존 지상파 프로들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하지만 케이블 TV의 국내사정이 어떠한지는 이미 잘 알려진 일. 통합방송법 지연으로 계속 표류하고 있는 위성방송 문제도 답답하기만 한 현실이다.

이미 보급차원을 지나 저작권 요구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세계 흐름과 비교하면 초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는 다채널.다매체가 콘텐츠 확보와 수출을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우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방송의 대오각성이 절실하다.

싱가포르 =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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