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선 돈 빠지고 CB·BW엔 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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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막상 주식형 펀드에서 돈은 뺐지만 마땅히 갈 곳 없는 자금은 여전히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다.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제대로 된 조정을 받으면 뛰어들 기세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7일까지 23거래일 연속 돈이 빠져나갔다. 사상 최장 기록이다. 올 들어 순유출 금액만 이미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은행권의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기예금 잔액은 5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 자금이 흘러 들어간 곳은 증권사의 RP(환매조건부채권)와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이다. 이들 상품은 언제든지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의 한경준 PB는 “투자자들이 언제든 주식이나 부동산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일단 현금을 손에 쥐고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조정을 보일 때마다 개인들의 뭉칫돈이 주식 매수에 나섰지만 지속적인 매수세를 이어 가지는 못하고 있다. 반짝 조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 관련 사채엔 돈이 몰린다. 이달 초 LG이노텍의 CB·BW 공모에도 7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우리투자증권 신혜정 PB도곡센터장은 “수억, 수십억원씩 투자하려는 큰손들이 몰려들었다”며 “주식시장이 더 갈지 확신이 없는 투자자들이 단기에 수익을 낼 만한 대안으로 CB·BW·공모주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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