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받은 담보대출엔 ‘가시’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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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박상호(39·회사원)씨는 지난달 연 5.3%의 금리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출금리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연 2.41%)에 2.89%의 가산금리가 적용된 것이다. 최근 들어 CD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걸 감안하면 대출 후 3개월 뒤인 10월부터 박씨는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할 형편이다.

반면 김종성(41·회사원)씨는 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도 여유가 있다. 그가 대출을 받았던 2007년 10월 비록 CD 금리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연 5.34%였지만 가산금리는 0.9%에 불과했다. 그런 까닭에 19일 현재 연 2.49%인 CD 금리가 연 3%까지 올라도 김씨가 부담해야 할 금리는 연 4%를 넘지 않는다. 가산금리가 0.9%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사례에서 보듯 향후 CD 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박씨처럼 올해 대출을 받은 사람이 이자 부담 측면에서 훨씬 취약한 상황이다. 올 들어 7월까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월평균 3조4000억원으로 집값이 상승했던 2006년(월평균 2조9000억원)보다 많다. 특히 가산금리는 CD 금리 상승과는 무관하게 고정돼 있다. 대출 약정 당시에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됐다면 만기까지 똑같은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물론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대개 3년)이 끝난 뒤 다른 대출로 옮겨 탈 수 있다. 하지만 거치기간 종료 시점에도 가산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대출로 갈아타봐야 소용이 없다.

이처럼 대출 시점에 따라 이자 부담이 확 달라지는 것은 올 들어 은행들이 인건비와 마진 등으로 구성된 가산금리를 크게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이 적용하는 가산금리는 2.26~3.46%로 지난해 6월(1.75~2.95%)에 비해 17~30%가량 올랐다. 일부 은행의 경우 대출별로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거나, 최고 4%대의 가산금리를 붙이기도 한다.

은행의 고시금리와 실제 창구의 대출금리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가산금리 때문이다. 이번 주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는 연 2.71~4.41%다. 그러나 실제 창구에서 적용하는 신규 대출자용 금리는 연 4.95~5.65%로 고시금리보다 0.54~2.94%포인트 높다. 신용도에 따라 더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될 수도 있다. 한국씨티 등 일부 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D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조달한 자금이 많아 일정 정도 가산금리를 높이는 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CD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예전 대출에서 손실이 생기니, 가산금리를 올려서라도 신규 대출에선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은행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높이는 바람에 은행들의 2분기 수익성이 좋아졌다”며 “이런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CD 금리가 오르면 가산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은행이 어떻게 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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