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중위 사망현장 공동경비구역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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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병들의 심리적 동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경비임무 수행엔 문제가 없습니다. " 김훈 (金勳) 중위 사망사건이 있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경비대대 부대대장 장경수 (육사 41기) 소령은 16일 판문점을 찾은 기자에게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부하들의 사기저하" 라고 말했다.

金중위 사망 의혹과 김영훈 (金榮勳) 중사의 대북접촉 사실이 불거지면서

소속부대가 '군기 (軍紀) 문란' 주범으로 인식되는 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1번 국도를 따라 불과 40㎞ 거리인 판문점에는 유엔사의 지휘를 받는 5백명의 경비병력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중 60%가 한국병사다.

유사시에 대비, '90초 기동타격대' 가 운영되고 일반출입자들의 경우 "북한군 도발로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으며 책임을 제기하지 않는다" 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이곳 JSA는 金중위 사망 의혹이 본격 제기된 이후 긴장이 높아졌다고 한다.

남북 경비병들의 표정도 굳어졌다는 것. 여기를 통해 정주영 (鄭周永) 현대명예회장이 벌써 세차례나 방북하고 소떼.승용차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지난 11일부터는 관광객 출입마저 전면 금지돼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우리 경비병들은 북한군과의 시선 마찰을 피하기 위해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M9베레타 권총을 차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유엔사측은 병사들이 상당히 민감해진 상태라며 이들과의 개별접촉을 막았다.

남측 자유의 집과 마주하고 있는 북한 판문각에서는 병사들이 쌍안경으로 남쪽을 관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정전위 회의장 창밖까지 다가오지는 않았다.

한 유엔사 관계자는 북한 경비병력이 金중위 사건 보도 직후 상당수 교체돼 낯선 얼굴이 눈에 많이 띈다고 귀띔했다.

또 군사정전위 회의장내 테이블에 뽀얗게 쌓인 먼지는 당국간 회담이나 군사접촉이 단절돼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김영훈 중사가 월경 (越境) 했다는 북한군 1초소는 분계선에서 불과 20m 가량 떨어져 있고 1m 높이의 말뚝 외엔 어떤 장애물도 설치돼 있지 않아 대면접촉이 어떤 것인지를 대충 짐작케 했다.

판문점 =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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