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이창호-조치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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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趙, 이창호전 6연패

총보 (1~162) =조치훈9단은 혼이 나간 듯 보였다.

모종의 배반감 탓이었으리라. 본인방 10연패에 1천승, 그리고 3년 연속 대삼관이란 기록으로 일본 바둑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조치훈. 하지만 이창호9단에겐 또다시 졌다.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졌다.

이것으로 대 이창호전 6연패. 그는 복기가 끝난 뒤에도 유시훈 - 마샤오춘 전을 구경하며 계속 서성거리다가 가끔 허공을 올려다 보곤 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결국 나의 터득은 아무 것도 아니었단 말인가!" 5년전 제주도의 동양증권배 결승에서 趙9단은 이창호에게 3대0 스트레이트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내용은 너무도 억울한 역전 반집패의 연속이었다.

승부에선 졌지만 실력에선 趙9단이 위로 보였다.

그후 두판을 더 졌고 그리하여 趙9단은 이날의 승부를 비장하게 맞이했는데 이번엔 내용에서도 밀리고 말았다.

이 판의 하이라이트는 118 몰았을 때였다.

이때 趙9단은 '참고도' 처럼 쉽게 빵때렸으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趙9단은 형세를 오판한데다 이것이 상대의 주문이라 여기고 실전의 119로 변화를 꾀하다가 패배하고 말았다.

趙9단은 왜 그 쉬운 빵때림을 못했을까. 다른 사람과의 대국이었다면 그는 기쁘게 때렸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계산의 천재인 이창호였기에 차마 때리지 못했다.

이것도 이창호의 힘일까. 趙9단은 이날 대취했고 밤늦도록 거리를 방황했다 (30.35=20, 33=23) .162수 끝, 백 불계승.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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