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악당을 하고 싶다. 그것도 사이코 악당을. 그러나 마음 속은 착해야 한다. " 연기자로는 너무나도 범상한 얼굴의 홍경인 (22) .이렇게 운을 뗐다.
외모에 대한 반대심리일까. 평범한 것은 너무 싫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브라운관을 떠나지 않은 그의 연기철학이다.
그는 요즘 MBC의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에서 백수로 열연 중이다.
지저분하고, 밥 많이 먹고, 여자 좋아하고. 영화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 드라마 '모래시계' 에게 보여줬던 진득한 모습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특별한 배역에 집착하지 않는다" 고 반론한다.
주어진 역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론자의 면모. 시트콤 배역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극중의 별명처럼 '빈대' 가 아니냐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취업 못한 친구들에게 한 턱 내는 경우가 많다고. 술을 먹어도 끝까지 남아 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의리파다.
"시트콤을 하며 순발력을 많이 키웠어요. TV극은 등장인물을 충분히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임기응변의 재치를 쌓는 데는 최고지요. " 하지만 마음은 영화쪽에 더 쏠리나 보다.
서두르지 않고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그를 정말 좋아하는 관객들 때문에 책임감이 생긴다고 한다.
"스크린 쿼터제는 꼭 사수해야 해요" 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본인의 장단점을 물어보았다.
대답은 한 가지. 평범함 자체라는 것. 튀는 맛이 없어 밋밋한 반면 이것저것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동전의 앞뒤처럼 말이다.
작으면서도 (키 1m68㎝.체중 60㎏) 단단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정감이 가는 이미지는 이런 소신 때문일까. 현재 동국대 영극영화학부 4학년생. 학점이 모자라 학교에 더 다녀야 한다고 쑥스러워했다.
연예도, 군대도 당분간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