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이회성 체포'대응]이회창 총재측 강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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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성 (李會晟) 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면서 한나라당이 요동치고 있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측의 주류와 비주류의 움직임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혼란이 극도에 달한 상태다.

이번 사안이 한나라당의 정치적 대응에 한계가 있으리란 점 때문에 여권이 결코 대충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해져 긴장을 돋운다.

대여 (對與) 전면전에 돌입한 당 지도부는 李총재 개인의 정치생명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李총재의 한 핵심참모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 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기본성격을 "야권의 구심점인 李총재를 제거함으로써 향후 정계개편의 기반을 조성하려는 여권의 시나리오" 라고 해석하며 "필사즉생 (必死卽生) 의 투쟁 외엔 길이 없다" 고 강조했다.

李총재 주재의 주요 당직자회의는 11일 "모든 수단을 동원한 대응" 을 다시 결의했고 곧바로 장내외 투쟁에 돌입했다.

소속의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예정된 법사위와 건교위.과기위 등 국회 상임위에 불참, 계류중인 법안 심의를 전면 거부했다.

중.하위 당직자들이 총동원돼 '제2건국운동 불가' 를 홍보하는 유인물을 서울시내 곳곳에 배포했다.

李총재가 곧 단식투쟁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와중에 주류와 비주류간 대립양상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주류의 부산한 움직임에 아랑곳없이 '李총재 책임론' 이 비주류로부터 본격 제기됐다.

'세풍 (稅風) 사건' 이 국민에게 이른바 '세도 (稅盜) 행위' 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 배를 타기 어렵다는 게 비주류의 생각이다.

이 참에 이회성씨의 사법처리를 李총재의 개인일로 몰아 당권 사퇴로까지 몰고갈 기세다.

이한동 (李漢東) 전 부총재측과 서청원 (徐淸源) 전 총장측이 특히 강공을 폈다.

이들은 10일 저녁과 11일 낮 각각 계보모임을 갖고 "李총재 개인의 문제로 당을 좌지우지해선 안된다" 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건이 드러나면 李총재의 분명한 태도가 있어야 한다" (이한동) , "대선자금이 문제가 있다면 李총재 스스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며 그래야 대여투쟁도 할 수 있다" (서청원) 는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도 "권력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는 지금 내분은 자제해야 할 때" 라면서도 "추후 대선자금 자금유입과 사용과정에서 밝힐 것은 밝히는 자기반성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고 일침을 가했다.

주류 - 비주류간 직접적인 비난전도 있었다.

李총재측 핵심당직자가 10일 비주류의 움직임을 겨냥해 "사쿠라 야당에 대해 국민이 용납치 않을 것" 이라고 쏘아붙였고, 이를 전해들은 비주류측에선 "李총재는 우리가 무얼 하든 걱정말고 자기들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라" 고 되받았다.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을 거치면서 정계개편의 모양새가 갖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李총재와 한나라당이 중대 기로에 선 느낌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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