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베트남 방문 배경]아세안시장 넓히려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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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15일 베트남을 찾는 것은 동남아에 대한 실리외교로 취임 첫해의 순방외교 일정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金대통령은 동남아국가연합 (ASEAN) 9개국과 한.중.일이 모이는 '9+3회담' 에 참석한다.

올들어 미.일.중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4강외교의 큰 축을 재정비했다면 ASEAN 정상들과의 만남은 선진국 교역의 한계에 부닥친 우리에게 '새 시장 확대' 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베트남 등 9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ASEAN은 지난 한해 우리에게 78억달러 (수출 2백3억달러.수입 1백25억달러) 의 최대 흑자를 내게 해준 곳. 지난해 건설수주만도 44억달러로 제1위의 건설시장으로 등장했다.

풍부한 천연자원, 저렴한 노동력이 이 지역의 강점. 이에 따라 우리 투자도 크게 늘어 현재 전체투자액의 17.2%이자 미.중에 이어 세번째인 51억달러가 투입돼 있다.

그러나 올들어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전년대비 교역량이 28.4% (수출 28%.수입 29%) 나 감소, '적신호' 가 켜진 상태다.

金대통령은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ASEAN 교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동남아 시장' 을 우리 경제위기 극복의 지렛대로 삼는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여기에다 동남아를 '끈끈한 동지' 로 확보하려는 국제정치적 의미도 함축돼 있다.

미.중.일 등의 '동남아 패권' 각축전이 물밑에서 치열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야자와 플랜' 으로 개발도상국 3백억달러 지원, 아시아통화기금 (AMF) 을 제안하며 '외환 방어역' 을 자임한 것도 동남아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위안 (元) 화 평가절하를 안해 점수를 따온 중국도 뒤질세라 55억달러 규모의 역내 (域內) 자금지원을 표방했을 정도다.

'아시아적 가치' 를 둘러싼 논쟁으로 말레이시아 등 ASEAN 국가들의 점수를 잃어온 미국측이 일.중의 이같은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金대통령은 이번 'ASEAN 외교' 를 통해 동남아를 둘러싼 강국의 삼각구도 속에서 우리 입지를 확장할 틈새를 찾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ASEAN 국가들은 과거 침략사의 일본, 패권주의의 중국, 과도한 개혁요구의 미국을 내심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ASEAN에는 부담없는 중위권 국가인 한국만이 상호발전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겠다는 얘기다.

IMF 채무국으로서 경제위기의 해법을 ASEAN과 공동모색할 리더십을 우리가 발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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