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왕따' 남의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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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료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일컫는 이른바 '왕따 (왕따돌림)' 현상이 올들어서만 무려 4천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초.중.고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따돌림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급우 따돌림 현상은 일본의 경우 '이지메' 로 불리며 90년대 중반까지 기승을 부리다 최근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95년 한해 '이지메' 5만7천여건에 10여명이 자살까지 했지만 관계기관의 강력한 대응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같은 현상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제주도의 한 초등학생이 '왕따' 를 고민하다 자살한 일도 있다.

또 지난 달에는 집단 따돌림을 받아 정신병을 앓게 된 여학생 가족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은 지난 10월 집단 따돌림 사건에서 가해 학생은 물론이고 학교측에도 책임이 있다며 1억5천만원을 연대배상토록 판결한 적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왕따보험' 이 다 나와 인기를 끌겠는가.

피해 학생 입장에서 보면 따돌림은 바로 집단폭력이고 성장기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타격을 입기 일쑤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이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 학교조차 더 이상 자녀를 안심하고 보낼 수 없을 정도가 됐으니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가정에서 먼저 학생들을 보살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돌림당하는 학생은 가정에서 ▶자주 피곤한 듯 주저앉고 ▶돈을 몰래 잘 가져가며 ▶손발에 작은 상처가 많고 ▶초조해 하고 학교가길 싫어하거나 두통.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은 특징이 있으므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관계기관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학교는 카운슬러 제도의 도입 등 대책을 서두르고 검찰과 법원은 근본적으로 뿌리뽑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언론이나 의료계.시민단체들도 '왕따' 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갖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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