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경제사정 어려워 출산기피 현상 두드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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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결혼 4년째인 주부 朱모 (33.광주시광산구월계동) 씨는 원래 계획과 달리 둘째 아이 갖는 걸 계속 미루고 있다.

친척.친지들은 "나이를 생각해 빨리 가지라" 고 성화를 부리지만 중소기업 회사원인 남편의 월급이 나오다 말다 하는 데다 언제 직장을 그만둘 지 모르고, 여차하면 자신이 직접 돈벌이에 나서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IMF한파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출산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직자가 쏟아지고 가계소득이 크게 줄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임신된 신생아의 지난 9~11월 출생신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남목포시에 따르면 올 9월이후 3개월간 구청.동사무소에서 접수한 출생신고가 8백77건으로 전년동기 1천10건보다 13.2% (1백33건) 줄었다.

목포시 호적계 장명희 (張明姬.28) 씨는 "IMF전인 97년의 총 출생신고는 4천44건으로 그 전 해 4천17건보다 늘었던 점에 비춰보면 현저한 변화" 라고 말했다.

전북전주시도 97년 출생신고가 9천9백2건으로 96년 (9천3백99건) 보다 5.5% 증가했었으나, 98년 9~11월의 경우 출생신고가 2천5백40명으로 전년동기 (2천6백명) 보다 되레 2.3% 감소했다.

출생신고가 당초 감소 추세이던 도시들도 그 폭이 커졌다.

전남순천시는 97년의 감소율이 1.3%였으나 올해는 3.5배인 4.5%로 높아졌다.

남성들의 정관수술도 급증하고 있다.

대한가족계획협회 광주전남지부의 가족보건의원에서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정관시술을 받은 사람은 1천8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백27명) 보다 72.6%나 늘었다.

이 지부 안병근 (安秉根.52) 총무과장은 "단산 (斷産) 했다가 다시 아기를 갖는 등 몇년전부터 유행하던 '늦동이 출산' 도 IMF 한파후 거의 없어졌다" 고 말했다.

광주.전주 = 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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