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개방20년 대륙의 용틀임]장쩌민의 외교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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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스타일을 두고 서방언론들은 다각도 외교 또는 두얼굴의 외교라 부른다.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실리를 취하기도 하고 명분을 앞세우기도 하는 등 절묘한 외교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6월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江은 그를 이례적으로 융숭히 대접했다.

반체제인사 왕단 (王丹) 을 석방하는 우호 제스처까지 보였다.

중국은 양국정상 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상황을 거론하고 이에 江주석이 불쾌감을 표시하는 장면이 연출됐지만 험악한 대결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합의를 이끌어 냈다.

서로 더이상 적이 아니라고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하겠다고 엄포놓을 때 중국은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 이라크편을 들었다.

제3세계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과 경제실리를 고려한 전술이다.

江주석이 방일 (訪日) 중 과거사 사죄를 둘러싸고 일본과 벌인 설전은 대표적인 강경.압박외교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30일 귀국길에도 이례적으로 일왕에게 전문을 보내 일본의 과거침략행위 반성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당하고 일본에 화풀이 한다' 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역시 다각도 외교전술의 하나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민일보 등은 江주석을 중국의 위상을 높인 외교지도자로 평가하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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