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양용은 쾌거 …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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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0m 거리에서 날린 칩샷이 이글로 연결된 14번 홀 경기 장면은 11년 전 박세리 선수의 ‘맨발 샷’만큼이나 감격적이었다. 양용은 선수가 어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3타 차로 따돌린 역전승이었다. 한국인으로는 물론 아시아계 골퍼 중에서도 첫 우승이라니 이런 경사가 따로 없다. 양 선수는 제주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꿈을 키워 온 골퍼다. 이번 대회 전까지도 세계랭킹 110위로 쟁쟁한 선수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던 처지였다. 한국인의 끈기와 저력을 새삼 확인한다.

박세리 선수의 US여자오픈 우승을 계기로 한국 여자골프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올 시즌에만 6승을 따낼 정도로 탄탄한 실력과 선수층을 갖추었다. PGA 투어 7승을 기록한 최경주에 이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자까지 배출한 만큼 한국 남자골프가 명실공히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 마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6년 여름 올림픽에 골프와 럭비를 경기 종목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IOC 집행위원회가 이미 결정했으니 10월 총회에서의 채택이 확실시된다. 골프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우리의 메달밭 역할을 하는 스포츠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후년에는 국내 최초의 골프대학도 개교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골프 환경, 골프 문화에 있다. 골프는 아직도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치부돼 세제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비싼 장비와 골프장 이용료, 몇몇 공직자의 일탈 사례가 골프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부추겨왔다. 그러나 툭하면 골프 금지령이 내려지는 등 마치 부도덕한 운동인 양 취급받는 분위기는 정상이 아니다. 제2, 제3의 양용은 선수가 계속 나오려면 비정상적인 골프 문화를 개선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골프 대중화를 위한 당국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골프가 건전한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을 때 선수층 저변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