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차린 엑슨·모빌 기업풍토는 '물과 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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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회사와 벤처정신에 투철한 공격적인 회사의 기묘한 만남. ' 미 언론들은 지난 1일 합병을 통해 '엑슨모빌' 로 재탄생한 미 1, 2위 석유회사 엑슨과 모빌의 결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엑슨이 과묵하고 보수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모빌은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분위기에서 운영돼 왔다" 며 "물과 기름 같은 이들이 기업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중대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모빌은 공격적 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으로 옛소련 해체 당시 주변의 우려를 마다하고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주유소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세차 서비스.음료제공과 같은 고객서비스에서도 적극적이다.

반면 엑슨은 되도록이면 세인의 눈길을 피하며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치중해 왔다. 투자결정에 있어서도 수년에 걸친 신중한 검토작업을 거치는 곳이 엑슨이다.

양사의 문화차이는 올해 60세 동갑내기인 리 레이먼드 엑슨 회장과 루치오 노토 모빌 회장의 성격차 만큼이나 크다.

미네소타대 화공학 박사출신의 레이먼드 회장이 치밀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반면 노토회장은 이탈리아 이주민 출신에 코넬대 경영학석사 출신으로 호탕하고 사교적이다.

두 사람은 모두 상대방의 강점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 28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합병사 회장을 맡는 레이먼드가 19명의 신임 이사진중 모빌출신을 6명만 배당하고 부회장을 맡게 될 노토의 역할을 제한할 경우 잡음이 불거질 것" 으로 전망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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