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판정불신 '폭발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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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프로농구 LG의 이충희 감독은 2일 원주에서 벌어진 나래와의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퇴장해 버렸다.

이감독이 관례처럼 돼 있는 감독끼리의 악수도 걸러버린 채 퇴장한 것은 경기에 패해서가 아니었다.

붉게 달아오른 이감독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

심판들의 판정이 일관되지 못하고 고비마다 LG쪽에 불리했다는 게 이감독의 생각이었다.

입장은 이긴 나래의 최명룡 감독도 마찬가지. 심판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경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는 말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이 드러났다.

선수들도 불만은 컸다.

나래의 허재는 "정말 플레이하기가 힘들다" 고 분을 삭였다.

외국인 선수들은 당장 폭발할 듯 험악했다.

나래의 토니 해리스, LG의 버나드 블런트는 "노 웨이" 를 연발했다.

올시즌 개막후 판정에 대한 불만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과격한 파울에 대한 제재가 없는 것을, 국내선수.감독들은 일관성의 부재를 가장 먼저 문제삼는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막기 위한 거친 파울을 심판이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한 면도 있다.

어느 국내 선수는 "용병을 막으려면 그 수밖에 없더라" 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정의 일관성 부족에는 방법이 없다.

심판들의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심' 은 없지만 선수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속일 수 있는 심판이 너무 많은 것이다.

감독들도 이런 점은 감안하고 나온다.

그러나 심판의 실수로 경기를 내주고 나면 참기가 어렵다.

결국 심판은 실수하고 감독.선수는 반발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렇게 쌓인 불만들이 언젠가 한번은 폭발할 것같은 위기감이 코트를 뒤덮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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