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입장 바뀌어 영화계 배수진…스크린쿼터 축소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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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스크린쿼터 사수를 내걸고 영화인들이 1일 모든 영화의 제작을 중단하고 가두시위에까지 나선 것은 오는 10~15일 열릴 한미투자협정 4차 협상에서 현행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배수진인 셈이다.

영화계는 지난 7월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 정부의 '당분간 거론하지 않겠다' 는 발언을 '쿼터제 유지' 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1월에 열린 한미투자협정 3차 실무협상에서 정부가 미국측 요구에 따라 의무상영일수 축소를 제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지미. 임권택. 이태원) 는 1일 "지난달 26일 열린 문화부의 설명회에서 정부가 미국측에 일수 축소를 제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며 문화부의 입장 변화를 성토했다.

그동안 문화부는 영화계에 대해 쿼터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기 때문에 영화계의 '서운함' 이 그만큼 깊었던 것.

영화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의무상영 일수를 현행 146일보다 54일이 줄어든 92일을 제안했고 미국은 30일로 줄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양측의 입장을 살린 60~70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영화인들은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40%가 될 때까지 스크린쿼터를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럼에도 쿼터제를 투자협정의 흥정물로 삼고 있는 건 일종의 기만" 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인들은 오는 4일에도 제작을 전면 중단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문화부는 "영화계의 주장과 달리 정부는 스크린쿼터와 관련, 문화적 예외 인정을 일관되게 주장했으며 이를 전제로 최소한의 일수 단축은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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