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나가면 이재오 컴백? … 여권 엇갈리는 수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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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를 둘러싸고 당내 수읽기가 치열하다. 박 대표는 당 주류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재오 컴백’ 카드를 제시했고, 친이명박계 일부도 이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재오 전 의원 측은 박희태 대표 출마와 이 전 의원의 복귀가 거래되는 상황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친박근혜계도 한때 ‘적진’의 야전사령관이었던 이 전 의원의 복귀가 달가울 리 없다.

준비
박희태 대표 “이달말부터는 양산 선거 운동해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자신의 양산 재선거 출마를 두고 증폭돼 온 당내 논란을 하나씩 지워 나가겠다는 태도다. 그는 16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선거구제 개편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 회담을 제의한 것도 대표직을 그만둘 때까지 할 일은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양산 선거 운동에 필요한 시간을 묻는 질문에 “두어 달이면 안되겠나”라고 말해 이달 말께부터 선거운동에 몰입할 뜻을 내비쳤다.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 문제에 대해선 “당에서도 그렇고 다들 안심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거에 나서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어떻게 보완하나.

“여러 분들과 상의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정리할 문제가 있다.”

-누가 대표 후임자가 되는 건가.

“후임자? 후임자가 박희태일 수도 있다. 자꾸 쫓으려 하지 마라.”

-‘정권심판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내가 나오든 안 나오든 야당에 재·보선은 중간평가고, 정권 심판이다. 수십 년 관행이다.”

강주안 기자

경계
친박 허태열 “이재오 오면 분란 … 차라리 입각을”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16일 “이재오 전 의원이 당헌·당규에 따라 당에 복귀하려고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고위원 자리에 공석이 생겼을 경우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보궐선거를 치른다는 당의 절차를 밟아 이 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얻는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는 “전국위에서 이 전 의원이 단일 후보가 되면 무투표 당선이 되겠지만 만약 제2, 3의 후보가 등록을 하면 경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 일각에서 검토 중인 ‘합의 추대’는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만약 경선이 벌어지면 계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나.

“그래서 걱정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 전 의원이 당에 들어오면 분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차라리 입각을 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이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보나.

“그건 이 전 의원과 그 측근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이 전 의원 이외에 다른 사람은 전국위에 출마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당 주류가 요구하는 박희태 대표 조기 사퇴 는.

“박 대표가 양산에서 당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당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해야 한다.”

김정하 기자

불쾌
이재오측 권택기 “정치적 거래한 것처럼 만드나”

“왜 이재오 전 의원이 정치적 딜(거래)을 요구한 것처럼 만드느냐.”

이 전 의원과 가까운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16일 이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표가 사퇴할 경우 최고위-전국위 의결을 거쳐 빈 최고위원 자리에 이 전 의원을 진출시키자’라는 당내 논의를 두고서다.

그는 “이 전 의원이 나선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마치 자리(최고위원)를 원하는 양 보여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이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진출시키자는 건 박희태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이 전 의원은 “억지스럽다”고 내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표가 사전 정지 작업을 한다는데.

“공천을 주는 것도 최고위원 임명도 당에서 정할 문제다. 이 전 의원은 ‘나를 위한 판을 짜는 듯이 보이는 게 떳떳지 않다’고 한 일도 있다.”

-떳떳지 않다는 말의 의미는.

“(요즘 논의가) 순수한 거냐. 친이-친박 갈등을 해결하는 수순이라면 좋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박 대표의) 공천과 직결된 듯 느껴진다.”

‘뿔이 난’ 이재오계 의원들은 “이 전 의원이 정상적인 전당대회를 통해 당에 복귀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전당대회란 일러야 내년 1∼2월이다. 조급한 주류에선 이 전 의원이 조기 복귀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광근 사무총장이 그런 쪽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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