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호랑이’ 놀라운 반등 비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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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제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신흥 아시아 경제권이 세계 경기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아시아의 놀라운 반등(Asia’s astonishing rebound)’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중국·인도네시아·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경제권 4개국의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평균치를 연율로 환산하면 10%를 넘는다”고 전했다.

올해 아시아 신흥국은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 반면, 선진 7개국(G7) 경제는 3.5% 뒷걸음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잡지는 “경기예측 전문가들은 항상 아시아 호랑이(신흥국)의 회복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며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 한국 경제가 9.5% 성장했던 점을 예로 들었다.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와 2001년 닷컴 붕괴 이후 아시아 경제가 장기간 바닥을 헤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아시아 호랑이’는 순식간에 이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올해도 미국과 유럽의 부유한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회복할 때까지 아시아 경제도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가 어떻게 선진국 경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선 제조업 기반이 강한 덕을 봤다. 특히 자동차·전자 등 경기 흐름에 민감한 업종의 경우, 한때 경제위기로 크게 출렁거렸지만 경기 회복 순풍이 불면서 가장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아시아 수출이 급락했던 것은 글로벌 무역금융이 얼어붙은 탓이 컸다. 이런 지원 금융이 살아나자 수출도 생기를 되찾고 있다. 인도를 제외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서방 국가보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재정·통화 부양책을 쓴 덕도 봤다. 더욱이 아시아 국가의 가계·기업 재무상태가 비교적 괜찮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 덕분에 정부의 감세와 현금 지원으로 민간에 흘러나온 돈이 저축보다는 지출에 많이 사용될 수 있었다는 것.

이코노미스트가 아시아의 경기 회복에 찬사만 보낸 건 아니다. 자산가격 거품을 없애는 것과 구조개혁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게 앞으로의 난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부분적인 해결방안으로 이 잡지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의 강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수출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자국 내수를 늘릴 수 있고, 서방의 보호무역 조치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신흥국들의) 자기 과신이야말로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97~98년 금융위기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자 자기만족감(complacency)에 빠져 필요한 구조개혁을 게을리했으며, 이는 이들 국가를 2001년 닷컴 위기나 현재 금융위기에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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